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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케이렘

등록일 : 2013.03.08
조회수 5773
제주도의 바람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 참관기] 성공적으로 개최된 도내 최초의 산업박람회
 
▲ 유럽 해상풍력발전 기술 산업 세미나
지식경제부, 국회 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창의연구소와 세계풍력협회(GWEC)가 주관하는 제1회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가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부터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그 동안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을 성장시켜왔고, 이를 토대로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접목시킨 MICE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수한 질의 풍력자원을 보유한 강점을 살려 풍력발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하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제1회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는 제주도의 장점이자 미래산업으로 발돋음시켜려는, 또한 정부에 의해 광역경제권선도산업으로 지정된 MICE와 풍력을 결합시켜 추진한 행사로, 그 기획력에 무엇보다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주최 측에서도 밝혔듯이, MICE산업과 관련해서 그 동안 제주도는 국제회의와 인센티브 투어 등은 활발히 진행돼 왔으나, 산업전시회(Exhibition)는 매우 취약했다. 이는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 상 원료와 가공품의 원활한 유통이 쉽지 않아 제조업 등 2차 산업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산업박람회는 제품을 제작하는 산업도시 인근이나, 소비자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출품자와 구매자에게 서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2차 산업이 거의 불가능한 제주도에서 산업부문과 연계된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도 있지만, 거꾸로 제주도의 미래전략산업인 풍력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추진한 이번 박람회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폐막했다.
주최 측은 이번 박람회의 성과로 개최 규모 및 수출효과를 꼽았다. GWEC, 중국, 일본, 몽고,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 등 2,000여명이 참가하고, 전시회와 일반관람객을 포함해 6,000여명이 행사장을 방문했으며, 100여개의 부스에 출품한 기업들에게 약 150억원에 달하는 수출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의 오피니언 리더들로 결성된 아시아풍력에너지지위원회(Wind Energy Asia Council, 약칭 WEAC) 발족을 위한 사전협의가 이루어져 제주가 아시아지역 풍력정책 및 정보발신의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리고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가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음으로써 행사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도 큰 결실이라고 했다.
 
해상풍력이 주요 의제였던 컨퍼런스
▲ 삼성중공업 해상풍력발전 설치선박 및 7MW급 해상 풍력발전기 모형
 
이번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는 컨퍼런스와 전시회 등 크게 2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위와 같은 주최 측의 내부 평가에 덧붙여 3일간 박람회에 참여했던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언급하고 싶다.
먼저 컨퍼런스는 한․중․일․몽골 등 동북아시아 주요국가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현황에 대한 내용을 시작으로, 해상풍력발전의 기술 동향에 대한 발표 등 현재의 풍력발전 사업 및 기술의 최신 현황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 달리 해양기초시설(지지구조시스템) 부분에 큰 비용이 들어가고, 이를 운송하고 설치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해상풍력의 성장을 위해 더 깊은 수심에서도 설치가능한 부유식 시스템의 개발현황에 대한 내용도 소개가 되었다.
주 행사는 아니었지만, ‘해외 해상풍력 기술․산업 세미나’라는 별도의 부대행사를 마련해 해상풍력 선진국인 유럽지역(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영국)의 현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도 있었다. 그 중 덴마크의 발표 시간에서는 11개 업체로 구성된 덴마크 풍력산업 대표단이 연단에 올라 각각 자신들의 회사가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지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한결같이 20년 이상의 풍력발전 경험과 세계 각지에 설치한 사례 등을 바탕으로 최상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들의 발표를 통해 나셀(발전기통)과 블레이드(날개)의 제작․운송․조립, 제품을 조립․수리하기 위한 리프팅, 극한 조건에 처한 풍력터빈의 보온․가온, 풍력발전단지 건설 컨설팅 및 유지․운영, 풍력발전기를 벼락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의 개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한 풍력발전기의 원격조종 등 풍력발전산업이 기계․전기․IT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돼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세계적인 현황 뿐 아니라, 국회의원․국책연구기관․지자체가 참여한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 정책 토론회 및 부대행사로 마련한 동남․호남․제주권 광역경제권선도산업 중 풍력프로젝트 세미나도 국내 현황을 잘 알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그 동안 몇 차례 제주에서 열렸던 ‘아시아개발은행(ADB) 소형풍력세미나’도 이번에 부대행사로 개최돼, 해외공적원조(ODA)와 ADB펀드를 통한 소형풍력보급 및 동남아의 사례발표도 소중한 정보가 되었다. 특히 소형풍력발전기술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번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의 전시회에도 다양한 기술과 형태의 풍력발전기가 선을 보였다.
물론 박람회의 컨퍼런스는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참가자에게 배포된 자료집이 전부 흑백으로 인쇄돼 있어서 그래프와 지도 등 컬러로 준비한 발표자료 등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대부분의 참가자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었지만, 전반적으로 풍력발전 등 관련 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통역사들이 배치돼서 외국인들의 발표를 전달해주는데 약간 부족함이 느껴졌다.
 
 
삼성, 두산 등 국내 대형 풍력발전시스템사의 참여
▲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3MW급 풍력발전기
다음으로 이번 박람회의 또 다른 부분이었던 전시회의 경우,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한진산업 등 국내 주요 풍력발전 관련 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풍력산업을 제2의 조선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삼성중공업은 그간의 해상플랫폼 및 선박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제작한 7MW급 해상풍력발전기의 모형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2.5MW급의 육상풍력발전기도 제작해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 설치전용선박(WTIV : 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을 제작해 2척을 인도한 적도 있는데, 이 배의 모형과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동영상도 상영하고 있었다.
특히 2010년 수주한 풍력발전기 설치선박은 “3.6㎿급 풍력발전기 12기를 동시에 운반․설치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으로, 선체에 장착된 6개의 기둥을 바다 밑으로 내려 10m 높이의 공중에 배를 띄워놓은 뒤, 선박에 있는 1200t 크레인으로 발전기 타워, 발전실, 날개 등 풍력발전기를 차례로 바다에 설치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발전부문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해왔던 두산중공업도 3MW급 육․해상 공용 풍력발전기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이 모델(WinDS3000)은 구좌읍 월정리 앞바다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해상풍력시범단지에서 실증을 한 제품으로 최근 제주도가 지정하려는 6개 육상풍력발전지구 대부분에서 채택한 기종이다.
▲ 한진산업이 개발한 1.5MW, 2MW급 풍력발전기 모형
국산품으로는 국내 최초로 MW급 풍력발전기를 제작한 한진산업(한진그룹과는 관계없음!)은 2MW급 풍력발전기 모형을 전시하고 이었다. 한진산업이 제작한 1.5MW급 풍력발전기는 2006년부터 구좌읍 월정리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신재생에너지연구기지에서 가동되고 있으며, 제주도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즉, 아주 잘 돌아간다는 말이다.
때문에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에 7기, 행원풍력발전단지에 1기가 추가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다른 국산품은 시제품을 제작해 인증을 받은 것에 불과한데 비해, 한진산업의 풍력발전기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7년 간 현장에서의 운전실적(Track-Record)을 확보해 그 만큼 기술향상을 이뤘기 때문에, 더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 수칙축, 수평축, 이중운동형 소형풍력발전기 등
소형풍력 및 제주지역 업체도 참여한 박람회
전시장에서는 위와 같은 대형 풍력발전 시스템 뿐 아니라 소형풍력발전기들의 새로운 기술과 형태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풍력발전기들이 지면과 허브축이 수평인데 비해, 지면과 허브축이 수직으로 돼 있는 수직축 풍력발전기도 선을 보였다. 수평축 풍력발전기가 한 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는 데 비해,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360。 아무데서나 불어오는 바람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앞뒤로 붙어있는 ‘상호역회전 풍력발전기’도 전시가 돼 있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풍력발전기 제품 이외에도 풍력발전기의 각 부품과 시스템을 특화한 전시도 많았다. 풍력발전기 날개(블레이드) 및 타워의 재료와 설계에 대한 연구 및 기술 개발, 풍력발전단지를 실시간으로 제어․운용할 수 있는 IT시스템의 개발 등도 볼 수 있었다. 특히 2단계 제주광역경제권선도산업 중 해상풍력서비스산업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KLEM(케이렘), 도암엔지니어링, JPM엔지니어링 등 제주도내 업체들의 현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KLEM은 2010년 7월 설립된 제주지역업체로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단지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풍력발전 컨설팅과 설치․시공까지 가능한 기업이다.
현재 제주광역경제권선도산업의 해상풍력서비스산업 중 ‘육해상 풍력발전기 Maintenance(유지보수) 전용장비 국산화 개발’과제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블레이드(날개) 정밀진단 및 정비보수용 리프트 장비 국산화 개발, 나셀(발전기통) 내부화재 감지 및 초기 진압 시스템 개발, 해상풍력 유지보수 필수장비를 탑재한 선박 개발 등의 세부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0년 이상 풍력발전단지를 설계․설치․운영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업이어서, 유지․운영과 관련해서 무엇이 현재 필요한 기술이고, 앞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번 풍력에너지박람회에는 블레이드 리프트와 해상풍력 유지보수 전용선박의 모형을 전시해 제주지역 업체가 풍력발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는 대형 풍력발전시스템사들
이번 박람회는 위와 같이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한진산업 등 대형 풍력발전시스템사들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이들 이외에도 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STX, 효성, 유니슨 등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또한“아시아” 풍력에너지박람회지만, 컨퍼런스 부분에서만 아시아 및 유럽 인사들이 참여했을 뿐, 전시회 부분에서는 국내 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 기업은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은 점은 반드시 보완해야할 점이다.
특히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앞으로 제주도의 육상 및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자 하는 업체만 참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에 한국남부발전과 공동으로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한림 월령육상풍력발전지구 이외에 나머지 5개의 지구에서도 3MW급 풍력발전기를 판매할 계획으로 있다. 한진산업은 현재 제주도에 가장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국내기업으로, 월정 연구기지 이외에 자사 제품 7기가 설치된 가시리 국산화풍력발전단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국산 풍력발전기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 이외에 자신들이 개발한 풍력발전기를 제주도에 설치한 업체들은 왜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특히 유니슨과 효성의 경우, 제주도는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에 그들의 750kW급 풍력발전기를 각각 3기씩 사줬다(!).
국비를 지원받아 연구개발한 제품을 국비를 지원받아 건설하는 풍력발전단지에 설치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김녕풍력발전의 750kW급 2기도 유니슨 제품이며, 한림읍 월령 바닷가에 있는 2MW급 풍력발전기도 STX가 직접 제작해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이미 2MW급 풍력발전기를 개발 완료해 인증을 획득했으며 판매를 하기도 했다. 또한 3MW, 5MW, 7MW급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는 등 현재도 풍력발전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열리는 제2회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에서는 모든 국내기업들이 그들의 풍력발전기를 전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외국 기업들도 초청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광역경제권선도산업 중 풍력프로젝트 협의체 포럼
풍력산업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한편 이번 박람회의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풍력산업계의 입장들이 날것 그대로 드러났다.
국회 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이 주최해 첫날 오후 열린 ‘한국 풍력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산업계는 “인․허가 기간 단축, 주민수용성 증진, 전력인프라 확충, 설치․유지․보수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레이다 통신영향 등 군과의 마찰 최소화,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가중치 확대를 통한 수익증대” 등 현안해결을 제안했다.
또한 “풍력발전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둘째 날 오후에 열린 광역경제권 풍력 프로젝트 협의체 통합포럼에서 이한준 한국풍력산업협회 이한준 상근부회장은 ‘한국풍력산업의 현황 및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제안을 했다.
그 중 ‘육상풍력분야’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53개 단지(1830MW)가 환경부와 산림청 규제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중 14개 단지(461MW) 만이라도 환경부의 가이드라인 작성 이전에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합동조사를 통해 선별적 허가를 진행해 주도록 요구했다.
또한 ‘지자체 해상풍력’의 경우, 해상풍력발전사업자가 수익의 일정지분(17.5%)을 지자체에 배당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해상풍력은 불확실성이 크고, 초기부터 일정지분을 요구한느 것은 사업자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금융상환과 감가상각 종료되는 시점부터 수익률의 일정 이율을 펀드로 전환하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풍력박람회에서 공식 주장된 산업계의 입장을 정리하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하고, 세계 3대 풍력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
비단 풍력산업계의 갖고 있는 이러한 입장은 토론회에서만 주장되고 있지 않고, 구체적인 개발 현장에서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육․해상 풍력발전사업을 이러한 산업계의 시각으로 보면, 제주도는 국내산업계를 위한 Test-Bed(실험장소)로서의 기능만 수행하는 곳이 돼 버린다.
국산 풍력발전기를 개발해서 태풍을 포함해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제주도에 설치해 괜찮은 운전실적을 확보하면 해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한전이 육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주는 풍력발전 전력판매수입은 덤이다. 육상과 해상을 막론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제주도(의 바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딱 여기까지다. 그런데 과연 제주도의 바람은 그들을 위해 존재해왔는가?
제주도의 바람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제주도는 삼다(三多)의 섬으로 바람은 제주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제주도민의 삶과 자연환경에 아주 깊은 영향을 주었다.
제주어가 짧고 억센 이유, 농경지의 흙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우마를 동원해 밟아줬던 이유, 초가의 지붕에 격자로 줄을 매었던 이유, 바닷가에 환해장성을 쌓았던 이유, 하다못해 해안가의 나무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에 부는 강하고 억센 바람 때문이었다.
제주도민들에게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던 바람이 어느 샌가 외부대자본에게는 수익창출을 위한 원료로서 공짜로 제공되고 있는 현실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지난해 제주도 풍력발전 전력판매수입 491억원 중 83%가 도외기업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도정은 외부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6개소․146MW의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및 2개소․350MW의 해상풍력발전시범사업을 통해 앞으로도 이런 개발이익 도외유출의 현실을 확대․강화시키려는 중이다.
산업계의 시각에서 본다면 우근민 도정의 풍력정책은 전력판매수입도 벌면서, 새로 만든 제품도 실험할 수 있는 아주 최상의 기회다. 이번 아시아풍력에너지박람회에 전시된 두산중공업의 3MW급 풍력발전기와 삼성중공업의 7MW 풍력발전기, 그리고 풍력발전기 제작부터 단지설계․시공까지 한꺼번에 일괄수주해서 판매할 수 있는 삼성중공업의 턴키-솔루션(Turn-key Solution)이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이러한 산업계의 잔치에 일부 주민들만 쥐꼬리만 한 임대료를 받는 데 비해, 120만 내외 제주도민들과 1천만 관광객들은 수 십 년 동안 중산간 및 해안가 경관훼손과 소음, 저주파 등의 각종 환경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물론 풍력발전을 통해 에너지자립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해저 송전선로의 추가 건설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의견에 따라 LNG발전소 신설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어려울 듯 하다.
이렇게 제주도의 바람은 외부대기업의 성장을 위해 사유화되고, 제주도민은 계속 소외돼야 하는가? 우근민 도정의 참회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제주의 소리 http//www.jejusori.net]
[기자-김동주 객원기자 | mzsinbi@gmail.com ]